(한겨레신문)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장준현 판사, 강정연 판사, 배지호 판사) “‘국정원서 방사능 은폐’ 보도는 정당”
2011년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당시 ‘방사능이 한반도로 유입될 수 있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실험 결과 공개를 국가정보원이 막았다는 <한겨레> 보도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원세훈(62) 국정원장 시절 국정원이 이명박 정부의 입맛에 맞게 여론을 조작하려 했던 또 하나의 사건이 법원에서 사실로 인정된 셈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재판장 판사 장준현, 판사 강정연, 주심판사 배지호)는 17일 ‘국정원, 후쿠시마 방사능 유입 경고 막았다’는 제목의 기사(<한겨레> 2012년 3월8일치 1·4면)로 인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국정원장과 국가가 한겨레신문사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한겨레>는 당시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2011년 3월11일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직후 국립환경과학원이 실험을 통해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로 유입될 수 있다는 결론을 냈지만, 이를 미리 안 국가정보원이 대외비를 요구해 실험 결과를 폐기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기상청이 한반도에는 방사성 물질이 전혀 오지 않는다고 한 것은 정부 부처로서 적절한 대응은 아니었다고 본다. 이런 태도 때문에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도 직후 국정원은 “보고서의 존재도 몰랐고 대외비로 결정하라고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재판장 판사 장준현, 판사 강정연, 주심판사 배지호) “기사의 발단이 된 정부 관계자와 기자들의 사적 모임에서 <한겨레>뿐 아니라 다른 언론사 기자들도 함께 해당 발언을 들었고, <한겨레> 기자가 모임 이후 휴대전화에 남긴 메모 내용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사안의 핵심 쟁점인 보도의 허위성 여부는 원고가 입증해야 하지만, 기사 내용이 허위라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재판 과정에서 정부 쪽은 <한겨레> 보도로 국정원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보도 내용, 표현 방식, 사실 확인을 위한 노력, 공익성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한겨레>의 의혹 제기는 상당한 근거가 있다. 언론의 정당한 활동 범위에 속하고 위법성이 없다”고 말했다.
또 정부 쪽은 ‘해당 실험 결과가 과거 방송에 보도된 적이 있어 이 사실을 숨길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같은 실험 결과의 일부가 보도되긴 했으나, 일본 내의 영향에 대한 것이지 방사능의 한반도 유입 연관성을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직후부터 줄곧 ‘동아시아 상공에서는 편서풍이 불기 때문에 한반도에는 방사성 물질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도 원전 사고 열흘 뒤 “바람의 방향과 상관없이 (방사성 물질이) 우리나라까지 날아올 수 없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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